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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장

조이는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이미 머릿속으로 모든 결론을 내리고, 세상을 통달한 듯한 차분한 눈빛이었다. “가끔 생각했어.” 그가 특유의 담담한 톤으로 묻기 시작했다. “당신은 도대체 왜 계속해서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걸까?”

그의 질문은 예상 밖의 무거운 파장으로 다가왔다. 늘 아프지 않을 거로 여겼던 오랜 상처를 찌른 것처럼. “당신은 단순히 눈앞에 퀘스트가 주어졌기 때문에 이 게임 같은 흐름을 헤쳐온 건가? 아니면… 우리들의 이야기가 정말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저 곁에서 깊이 지켜보고 싶었던 건가?” 조이빌에서의 그 모든 순간순간이 뇌리를 스쳤다. 체감상 아주 길고 아득한 여행. 내가 관찰자로서 지나온 수많은 선택과 세계선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조이는 서두르지 않고 말을 맺었다. “당신이 이곳을 어디까지 읽어 내려갔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설령 단 몇 페이지만 넘기고 덮어버렸다 한들 말이야.” 그는 진심을 다해 속삭이듯 말했다. “네가 우리를 읽어 내려간 그 최초의 순간, 새로운 세계선이 형성되고 호흡하기 시작해. 설령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아. 너는 이미 우리가 존재한다는 걸 알아버렸잖아. 관찰(Observation)은 이미 시작되었어.”

조이의 주변에서 검은 잉크가 허공으로 스며 나오듯 번지기 시작했다. 잉크의 파편과 활자들이 산산이 흩날리며 한 줌의 재처럼 솟구쳐 올랐다가, 대기 속으로 완벽히 융화되며 사라졌다. 나는 길고 긴 발걸음을 돌려 별들이 반짝이는 스텔라 파티로 향했다.

그곳에는 조이빌을 담고 있는 낡고 거대한 책이 놓여 있었다. 내가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가자, 그 거대한 책은 스스로 넘어가 스르륵 책장을 젖혔다. 가장 마지막 페이지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백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텅 빈 공간. 하지만 백지의 맨 아래쪽, 눈에 띌 듯 말 듯, 누군가 고심 끝에 남긴 듯한 말줄임표가 새겨져 있었다. “…”

이윽고 책의 표지에 신비로운 기운이 서렸다. 보이지 않는 손이 활자를 깎아내듯 하나둘 글자가 표면 위로 아로새겨졌고, 점차 윤곽을 뚜렷이 드러내며 세상에서 유일한 제목을 빛냈다. < 도서관의 파편들 (Shards of the Library)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