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야기지?” 조이가 묻자, 아이리스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답했다. “달빛의 여신으로 승천한 이후, 수많은 세계의 달의 여신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결속되는 것을 느껴왔어. 그들의 신화가 곧 나의 일부가 된 거지.” 아이리스가 신비로운 음성으로 설명했다. “그중 켈트 신화에서 전해지는 ‘에라하(Eraha)’라는 이야기가 있어. 그 신화에서는 초승달을 밤하늘을 항해하는 은빛 배(Silver boat)라고 불렀지. 단순하게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달 자체를 차원을 넘나드는 은색 배 그 자체로 여긴 거야.”
초승달 형태의 거울. 차원을 넘나드는 문장(Vehicle). 조이는 그 이야기의 개념을 물리적인 형태로 엮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곧 은빛 테두리로 정교하게 장식된, 초승달 모양의 둥근 거울을 완성해 냈다. “모든 준비가 끝났어. 나침판을 사용해 그 세계의 서재로 가.”
나침판의 힘을 빌려 다시 도달한 그 서재는 이상하게도 목적이 뚜렷해짐에 따라 더욱 익숙한 공간처럼 여겨졌다. 나는 신속히 창고로 이동해 방 가운데 놓인 책상 한가운데에 나침판을 내려놓았다. 나침판이 책상 면에 닿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창문을 넘어 달빛이 폭풍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은은하고도 강렬한 달빛이 나침판을 온전히 비추었다. 마치 나침판 자신이 처음부터 그곳에서 발견되기 위해 존재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모든 과정이 가이드라인대로 완수되었다. 몸을 돌려, 방금 가져온 초승달 거울(Crescent Moon Mirror)을 두 손으로 들여다보았다. 거울 속에는 내 모습 대신 저 멀리 아득하게 신호를 확인하고 있는 조이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그를 인식하는 순간, 발아래가 흔들림 없이 열리며 텅 빈 보이드 공간이 드러났다. 나는 추락할 것이라는 어떠한 징조도 없이 침착하게 그 거울 너머 심연 속으로 몸을 던졌다.
“해냈군.” 보이드에서 나를 마주한 조이가 진짜 안도감이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간과 차원을 뛰어넘어, 마침내 안착했다는 확신의 눈빛이었다. 그 순간, 어떤 물리적인 소리나 요란한 경고음 하나 없이도 시간의 박동이 정상적으로 제자리를 찾은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차가운 정지의 공백을 메우고, 마땅히 흘러야 할 초침의 흐름이 다시금 우리의 일상 속으로 생생히 퍼져나갔다. 온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