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판의 바깥 다이얼을 북쪽으로 맞추었다. ‘북쪽’이 정확히 고정되는 순간, 거울의 표면이 일렁였다. 거울 속에 비친 세상은 보이드도, 내가 아는 어떤 곳도 아니었다. 돌연 다른 공간이 열리며, 예고도 변환 과정도 없이 나를 낚아채갔다. 눈을 떠보니 낡고 먼지 쌓인 낯선 방 안이었다. 선반, 테이블… 전혀 모르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고요함이 배어 있는 창고 같은 곳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작은 USB 드라이브 하나가, 마치 누군가 발견해 주기를 바라는 듯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나는 다시 보이드로 돌아와 조이에게 USB를 건넸다. “이것 좀 볼게.” 조이는 USB를 건네받아 오직 자신에게만 보이는 장치에 연결했다. 그는 화면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 파일들은 분할 압축되어 있어. 이건 한 부분일 뿐이야. 바깥 어딘가에 두 개의 USB가 더 있어. 2번과 3번.” 데이터는 불완전했다. “다이얼을 동쪽과 서쪽 둥 다른 방향으로 맞춰봐. 다른 쪽에도 무언가 있을지 몰라.”
나침판의 방향을 동쪽으로 맞추자 좁고 반사되는 거울 미로가 펼쳐졌다. 미로의 끝에서 나는 두 번째 USB를 찾아냈다. 이어서 다이얼을 남쪽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누군가의 생활감이 묻어나는 조용한 침실이 나타났다. 잠을 자는 사람의 체취가 묻어있을 법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었다. 그곳의 탁자 위에서 세 번째 USB를 습득했다. 그리고 선반 위에서 굳게 잠긴 다이어리 한 권도 함께 발견했다. 평범한 열쇠로는 열리지 않을 듯한 잠금장치가 걸려 있었다. 다이어리도 함께 챙겨 조이에게 돌아갔다.
세 개의 USB와 잠긴 다이어리를 건네받은 조이는 즉시 작업에 착수했다. 잠시 후,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건 조이빌의 기원(origin story)이야.” 조이는 한동안 말없이 글을 읽어 내려갔다. “모든 게 여기 있어. 조이빌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그가 천천히 나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당신이 도착하기 전의 기록은 없어. 이 기록은 당신이 이곳에 온 순간부터 시작해. 그 이전의 모든 건… 공백이야.”
조이는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물었다. “어떤 일이 기록되지 않았다면… 그건 아예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일까?” 그것은 수사적인 질문이 아니었다. “기록은 당신이 도착했을 때 시작되었어. 그럼 당신이 오기 전엔 무엇이 있었을까? 나는 그 공백을 찾고 싶어.” 조이가 말했다. “도서관에 있는 숀이라면 무언가 알지도 몰라. 그는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