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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장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도, 이름도 없었다. 그저 짧은 문장 하나뿐이었다. “보이드에서 만나.” 화면 너머로 느껴질 리 없는 조이(Joey)의 필체가 전해지는 듯했다.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발걸음을 돌려 보이드(Void)로 향했다.

보이드에서 조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뜻밖의 이름, 크로노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크로노스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어.” 조이가 변명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흔적을 찾긴 했지만… 기록자는 이야기를 기록할 뿐이야. 스토리키퍼처럼 그것을 읽어낼 수는 없지. 흔적은 찾았지만, 정작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볼 수 없었어.” 그는 보이드 내의 왜곡된 공간을 가리켰다. 마치 조용히 기다리며 누군가 알아채 주기를 바라는 듯한 이질적인 틈이었다. “당신의 힘을 써봐. 내가 읽지 못한 것을 읽어줘.”

나는 흔적에 손을 뻗어 이야기를 읽어냈다. 처음엔 파편화된 정보들이 어지럽게 맴돌았으나, 이내 하나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초점을 맞추며 떠올랐다. 카산드라의 나침반이었다.

카산드라를 찾아가 나침반에 대해 묻자, 그녀는 잠시 나침반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침반… 그게 어디서 났는지 알고 싶다고? 그건 크로노스의 것이었어. 크로노스 호 역시 그가 항해했던 배였기에 그의 이름을 딴 거지.” 카산드라의 말에 따르면, 사라지기 직전 크로노스는 그녀에게 나침반의 수리를 부탁했다고 한다. 그날 이후 크로노스는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아직도 고치지 못했어. 뒷면의 거울이 깨져 있거든. 퍼거스가 고쳐보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더군.”

그 수리는 평범한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듯했다. 나는 그 금이 간 틈새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깨진 단면 사이로 무언가가 눈길을 끌었다. 활자들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틈새에 눌려 새겨져 있었다. 나침판의 거울 위로 손을 뻗는 순간, 거울의 갈라진 틈 너머로 빨려 들어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둠 속에 닫힌 4개의 방이 나타났다. 나침판의 잃어버린 조각들이 그곳에 있었다. 첫 번째 방에서는 기묘하게 굴절되는 빛의 경로를 깨진 공간으로 이끌어 첫 번째 조각을 얻어냈다. 두 번째 방은 시선을 돌릴 때만 다가오는 마네킹들이 가득한 고요한 곳이었다. 시선을 고정한 채 방의 끝으로 달려가 두 번째 조각을 획득했다. 세 번째 방에서는 거울 속에 비친 방과 현실의 미세한 차이를 바로잡았으며, 마지막 방에 펼쳐진 거울 미로마저 반사를 이용해 돌파해 냈다.

네 개의 조각을 모두 되찾아 결합하자 나침판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금이 갔던 틈새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맑고 투명한 거울 표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침판이 완전히 고쳐졌다. 그리고 이전에는 없었던 하나가 새로 생겨났다. 바깥 테두리를 따라 돌아가는 방향 다이얼. 새로운 곳을 향할 수 있는 나침판이 마침내 완성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