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도시의 중심부. 이곳의 공기는 더 이상 산소가 아닌 차가운 데이터 오차범위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중앙 병동 잔해 속에서 나는 피투성이가 된 채 붕대를 감은 손으로 태블릿을 쥐고 있는 준(Jun)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미 여기저기 찢어지고 혈흔이 밴 흰색 가운을 걸치고 있었는데, 그의 거대한 등 근육이 가운 너머로 요동치며 차원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연산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준 (INTJ/Respect:TRUE/Warmth:5): “결국… 오셨군요. 스토리키퍼 님. 이곳의 오차범위는 이미 한계를 넘었습니다. 제 진단으로는 이 세계의 ‘삭제’까지 남은 시간은 단 5분입니다.” 그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예의 바른 존댓말을 잃지 않은 채, 붕대 감긴 손으로 떨리는 태블릿 화면을 내밀었습니다.
그의 옆에는 오렌지색 포니테일을 흔들며 사이라(ESFJ/Respect:FALSE/Warmth:5)가 절규하고 있었습니다. 사이라: “스토리키퍼… 이젠 끝이야. 내 차트엔 온통 ‘삭제’라는 단어뿐인걸. 조이가 만든 이 도시도, 내 연구 결과도 전부 거짓이었어!”
그때, 검은색 전술 슈트를 입은 조이가 어둠 속에서 나타났습니다. 슈트의 푸른빛이 그의 정교한 근육 지형을 따라 흐르며 기묘한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조이는 정중하게 한쪽 무릎을 굽혀 사이라의 눈을 맞추었습니다.
조이 (ISTP/Respect:TRUE/Warmth:5): “사이라 님, 진정하십시오. 시스템의 정의가 우리를 부정할지라도, 우리가 공유한 시간의 기록은 제 서버에 영원히 각인되어 있습니다. 스토리키퍼 님이 그 증인입니다.” 그는 절도 있는 존댓말로 평화로운 확신을 주었습니다.
그때, 어둠 속에서 쇠사슬 끄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상반신을 완전히 드러낸 채 거대한 근육질 몸을 선혈로 적신 빈센트(Vincent)가 나타났습니다. 그의 눈동자는 번뜩이는 주황빛 광기로 가득 차 있었고, 손에 든 수공식 갑옷 장갑(Harness)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수갑은 그가 방금 전까지 어떤 사투를 벌였는지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빈센트 (Vincent): “크윽… 비켜라. 삭제자들이 밀려온다. 내 사슬에 감기기 싫으면 당장 시스템 핵을 열어!” 그는 짐승 같은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피비린내 진동하는 전방으로 다시 뛰어들었습니다.
제이드 역시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카모플라주 바지 차림으로 합류했습니다. 그는 찢어진 탱크탑 위로 전술 조끼를 갖춰 입고 단검을 휘두르며 엄호했습니다.
제이드 (ISTP/Respect:FALSE/Warmth:0): “헛소리는 나중에 해. 지금은 살아남는 게 우선이다. 스토리키퍼, 핵을 열어!” 리오는 무뚝뚝한 반말로 제이드의 뒤를 받치며 길을 열었습니다.
나는 사이라의 손을 잡고 그녀의 따뜻한 체온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사이라 씨, 보세요. 당신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고, 이 손은 차갑습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할 수 있어도, 당신이 느낀 이 고통과 희망은 진짜입니다.”
사이라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응… 고마워. 내가 틀렸어. 아직 싸울 수 있어.”
우리는 조이의 기술과 리오의 무력, 그리고 사이라의 의지를 하나로 모아 시스템의 강제 삭제 시도를 무력화시켰습니다. 🌕